한국 부동산의 숙제는 많다. 그래서 일본 버블 붕괴의 교훈을 되새기며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1990년 일본 부동산 붕괴를 초래한 세 가지 치명적 원인
1990년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시작된 부동산 버블 붕괴는 단순한 시장 조정이 아니라, 국가 경제를 장기 침체의 늪으로 밀어 넣은 치명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 붕괴를 초래한 근본적인 이유는 크게 세 가지 극단적인 요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과도하고 급격한 금리 인상과 돈줄 차단입니다. 버블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일본은행은 1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2.5%$에서 $6%$로 두 배 이상 인상하는 극약 처방을 사용했습니다. 여기에 1990년 3월에는 은행들의 부동산 관련 대출 증가율을 총량적으로 규제하는 **'부동산 융자 총량 규제'**를 도입하면서,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단번에 막아버렸습니다. 이는 시장에 유동성 쇼크를 주어 자산 가격 폭락의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둘째, 금융 시스템의 동반 부실 및 자산 가격 하락의 악순환입니다. 가격 폭락은 은행들이 보유한 부동산 담보 가치를 순식간에 증발시켰고, 거액의 부실 채권(NPL)이 발생했습니다. 금융기관들은 파산을 피하기 위해 담보물을 시장에 헐값에 매각하기 시작했고, 이는 다시 부동산 가격을 끌어내리는 악순환을 심화시켰습니다. 금융의 제 기능이 마비되자 실물 경제 전반의 침체가 가속화되었습니다. 셋째, '토지 불패 신화' 붕괴와 수요의 장기적 실종입니다. 가격 상승기 동안 땅값은 소득 대비 $60$배에 달할 정도로 극단적인 거품이 끼었으며, 사람들은 부동산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폭락이 현실화되자 이 믿음이 깨지면서 투자 심리가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가계의 자산 감소는 소비를 위축시켰고, 기업 투자마저 얼어붙으면서 일본 경제는 장기적인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하게 되었으며, 부동산 수요는 회복되지 못하고 장기간 침묵했습니다.
현재 한국 부동산 시장과의 결정적인 차이점 3가지
현재 한국 시장은 1990년 일본과 유사한 '고령화'와 '높은 민간 부채'라는 구조적 위험을 안고 있지만, 붕괴 가능성을 낮추는 세 가지 결정적인 차이점 덕분에 일본식 장기 침체를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첫째, 버블의 절대적 규모와 시장의 과열 정도가 다릅니다. 일본 버블 정점기 도쿄의 아파트 가격은 1인당 소득의 $60$배에 달했지만, 현재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1인당 소득의 약 $30$배 수준으로, 거품의 절대적 크기가 일본 버블 당시보다 작습니다. 이는 하락이 발생하더라도 그 충격파가 일본만큼 극단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둘째, 수도권의 공급 환경이 정반대입니다. 일본은 버블 붕괴 후 인구 감소와 맞물려 장기간 공급 과잉 상태에 빠져 가격 회복 동력을 상실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현재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 **심각한 '공급 부족'**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인구는 줄어도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핵심지의 꾸준한 실수요 대비 신규 입주 물량이 극도로 부족한 상황은 가격의 하방 경직성을 높이는 강력한 방어막으로 작용합니다. 셋째, 정책 규제 수단의 정교함과 금융 안정에 대한 인식의 차이입니다. 1990년 일본은 금융 안정 개념이 미비했고, 뒤늦게 금리와 대출 총량을 급격히 조절하여 시장에 쇼크를 주었습니다. 반면, 한국은 이미 DSR과 같은 정교한 총부채 상환 능력 규제를 상시적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1990년 일본처럼 '돈줄을 한 번에 끊는' 극단적인 조치 없이도, 부채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적 여건을 갖추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일본의 전철을 피하고 연착륙을 위한 한국의 당면 과제 3가지
현재 한국이 직면한 위험은 '일본식 버블 붕괴'보다는, '가계 부채 리스크'와 '공급 부족'이 결합하여 발생하는 장기간의 경제 활력 상실입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한국 정부가 시급히 추진해야 할 핵심 정책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연착륙을 위한 부채의 질적 관리와 취약 차주 보호'**입니다.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일본보다 높은 만큼, 급격한 금리 인하 또는 인상 대신 DSR 규제를 일관되게 유지하여 신규 부채 증가를 억제해야 합니다. 동시에, 금리 부담으로 인해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 차주에게 맞춤형 채무 조정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금융 시스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급매물 출회(강제적 디레버리징) 현상을 사전에 방지해야 합니다. 둘째, **'예측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수도권 핵심지 공급 로드맵 확보'**입니다. 현재 가장 큰 리스크인 2026년 이후의 공급 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절차적 투명성을 높이고 인허가 속도를 제고해야 합니다. 특히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과 같은 정비 사업 활성화 정책을 통해 장기적인 공급 기대감을 시장에 심어주어야 하며, 이는 '기다리면 된다'는 심리를 회복시켜 수요의 안정적인 관망을 유도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셋째, **'부동산 쏠림 해소와 생산적인 경제 활력 제고'**입니다. 부동산에만 몰린 과도한 자금을 혁신적인 산업과 기술 개발로 돌릴 수 있도록 첨단 산업 분야에 대한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을 강화해야 합니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추구하는 동시에,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여 고용과 소득을 안정화시킴으로써, 가계의 미래 소득 불안감을 해소해야만 궁극적으로 부동산 수요가 건강하게 회복되고 장기 침체를 피할 수 있습니다.